완도에 사는 어머니는 500원 동전을 꼬박꼬박 모았습니다. 버스 요금이 1700원이기에 버스 요금을 내려면 500원짜리 동전이 꼭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돈을 송금할 때면 항상 버스를 타고 은행 창구에 가서 직원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계좌이체를 합니다.
다른 은행일 때는 이체 수수료를 더 많이 내면서 말입니다. 통장 대신 입출금기 카드를 쓴 적도 없고, ATM 기기를 어떻게 사용할지도
모릅니다.
어머니에게 신용카드를 드리고 사용법을 알려드렸습니다. 버스 요금을 현금 대신, 카드만 접촉하면 되고, 100원이 할인된다는 것과 농약을 살 때도, 고속버스를 표를 살 때도 현금이 없어도 신용카드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신용카드의 편리성에 신세계를 만난 듯 좋아했습니다.
어머니는 현금을 쓰고, 통장과 도장으로 입출금을 했던 세대입니다. 통장, 입출금카드, 체크카드, 신용카드의 개념을 잘 모릅니다.
휴대전화기의 아날로그 버튼에 익숙하고 디지털 터치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휴대전화 무음 상태가 되면 소리 상태로 바꾸기도 힘듭니다.
열쇠 대신 디지털 도어락으로 문을 여는 것도 깜깜합니다.
강원도 정선에서 문해 교사를 하며, 어르신들이 가로와 세로 줄긋기가 어렵고, 터치가 안 된다는 것을 안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엔지니어지만 가끔 셀프 결제나 주문 기계 앞에서 실수할까 봐 식은땀이 나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어르신 만의 문제가 아니고
4~50대, 전 국민의 어려움일 거로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연습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배우러 오지 않아도 찾아가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휴대용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에게 찾아가는 교육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전남 완도에 사는 어머니의 불편함과 정선에서 문해 교사를 하던 엔지니어가 만나 디지털 문해 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했습니다.
한 사람은 문해 교육의 기초부터 배울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한 사람은 디지털 기기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누름과 터치의 차이, 현금과 카드의 차이와 개념부터,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 설명, 휴대전화를 켜고 끄는 기본부터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했던 그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기본부터 함께 공감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어른들과 디지털 시대의 모든 세대가 서로 공감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2020.08.03.
사단법인 디지털 시대 공감 이사장 김세미가